[시론]곽승준/기후변화협약 대처 잘 하려면…

입력 1998-11-04 19:07수정 2009-09-2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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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금융위기상황에 처해 있을 때 이웃나라 일본 교토(京都)에서는 기후변화협약 3차 가입국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올해는 2일부터 열흘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변화협약 제4차당사국총회에서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제약하는 기후변화협약은 그동안 가입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냉전 이후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국가로서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 경쟁력과 직결 인식을

하지만 지난해 교토회의에서는 미온적이던 선진국들의 입장이 바뀌며 급진전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오염배출권 거래제’와 ‘청정개발체제(CDM)’라는 인센티브 제도다.

오염배출권 거래제는 말 그대로 오염배출 쿼터를 사고 팔 수 있는 제도다. 국가마다 온실가스 배출 쿼터를 부여한 뒤 쿼터를 초과할 경우 다른 나라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쿼터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잉여분을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오염물질배출 권리가 주식이나 채권처럼 사고 판다는 것이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 A국가가 개도국 B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低減)노력을 지원한 뒤 저감된 배출량의 일정분을 자국의 배출 저감 실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즉 미국 등 경제력있는 선진국은 자국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후진국 온실가스를 줄여주고 그 쿼터를 자국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풀어서 말하면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새로운 공장을 짓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A국의 투자로 이루어진 B국의 온실가스 감축분은 투자자인 선진국의 권리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후변화협약에 임하는 주요국들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통일을 전후해서 이미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 산업재편을 끝낸 상황이다. 현재 가만히 있어도 산업구조상 온실가스배출이 쿼터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경쟁국가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기후변화협약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최대배출지로 지적되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원자력발전 기술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강화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일치한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오염배출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회복기를 맞은 한국이 공장하나 더 가동하려고 해도 비싼 값으로 오염배출권을 사와야만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선진국들은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임에도 한국은 현재 회원국이 부담해야 할 환경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받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한국은 OECD회원국으로서 기후변화협약 협상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경제가 내부적으로 혹독한 시련을 맞고 있는 이때 국제적인 환경관련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여 우리는 각기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먼저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의 내용 및 진행상황과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오염배출권 거래제나 청정개발체제 같은 국제적인 환경오염 간접규제가 국내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 정부 제도정비 서둘때

둘째로 기업은 발상을 전환하여 환경에 관한 접근을 비용이 아닌 미래의 경제수익을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오염배출 감소를 위한 투자가 곧 기업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끝으로 국민은 환경보호를 생활화함으로써 환경친화적인 기업과 건강한 국가를 만드는데 초석이 되어야 하겠다. 기업은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선호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말뿐이었던 세계화의 실패가 한순간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지구 생태계보호 차원에서 시작된 국제환경문제는 이미 21세기 경제질서를 재편할 국제적 테마로 떠올라 있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지금의 경제위기 이상일 것이다.

곽승준(고려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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