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결산(중)]『뿌린만큼 거둔다』자본의 전성시대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12분


‘정신력과 투지만으로 하는 야구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현대의 올 프로야구 우승의 의미는 투자와 성적이 비례하는 ‘자본의 시대’를 열었다는 것.

현대는 그동안 뿌린대로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현대가 쏟아부은 돈은 96년 태평양에서 인수한 첫해 1백50억원을 비롯해 지난해 1백24억원, 올해 1백27억원 등 3년동안 무려 4백1억원.

명문구단 해태의 2백71억원(96년 89억원, 97년 1백억원, 98년 82억원)과 올해 한국야구위원회에서 20억원을 빌려 간신히 팀을 운영한 쌍방울의 2백55억원(96년 83억원, 97년 92억원, 98년 70억원)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LG나 삼성도 결코 현대에 못지 않은 자본력을 가진 재벌구단이란 점에서 뒷받침되는 대목이다. 4위를 차지한 OB도 그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재력의 구단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

돈과 조직력과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 팀에 정신력과 투지만을 강조하는 야구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해태가 5위를 차지한 것은 그동안 이어온 명문의 자존심이 바탕이 된 것.

국내 프로야구는 82년 출범이래 해태의 장기 집권체제로 이어왔다. ‘헝그리 정신’과 ‘끈끈한 팀 컬러’로 한국식 야구를 구사한 해태는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이젠 옛이야기. 현대 LG 삼성 등 재벌구단 ‘빅3’의 시대가 이번 현대의 우승으로 사실상 도래한 것.

이들 재벌 3개 구단은 용병 수입과 선수 스카우트 등에서 타구단을 압도했고 결과적으로 그만큼 성과가 있었다.

이에 반해 해태와 쌍방울은 모기업의 부도속에 팀의 간판급 선수들을 국내외로 팔아 구단을 운영해야만 하는 어려움에 처했고 이는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로 나타났다.

이들 팀은 구단의 지원면에서 재계의 ‘빅3’에 비해 열세를 보인데다 신인발굴과 용병수입에서도 실패했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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