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철폐도 좋지만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12분


정부가 가정의례법과 공중위생법을 폐지하는 등 보건복지행정과 식품의약행정분야의 각종 규제 1천여건을 철폐 내지 완화하기로 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규제들을 과감히 푸는 것은 옳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국민의 자율에 맡겨도 될 일들까지 시시콜콜 법률로 묶어 규제해온 것이 비일비재다. 이 때문에 하찮은 일로 범법자가 되는 시민이 많았고 너도나도 법을 지키지 않아 가정의례법처럼 이미 법의 실효성을 상실한 것도 있다. 또 규제가 많다보니 단속공무원들의 부정이 성행하는 부작용도 컸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규제철폐 중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내용도 없지 않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칸막이이발소 허용이나 식품유통기한 완전자율화, 특급호텔 결혼식허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왜 이런 것까지 풀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칸막이 허용으로 이발소 퇴폐행위가 성행하고 사회기강이 흐트러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식품유통기한 완전자율화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상품을 하나하나 유통기한을 따져 단속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은 이해하나 각종 유해식품이 범람하는 판에 유통기한표시까지 업체자율에 맡긴다니 소비자들로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잖아도 최근 대량할인판매업소 등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이미 지난 상품들을 마구 팔고 있는 실정이다. 특급호텔 결혼식 허용으로 호화 결혼식이 성행한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문제다.

규제를 자꾸 만들어 국민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작정 규제를 푸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과 도덕수준, 준법정신 사회기강문제 등을 감안해서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은 강화해야 한다. 자율을 존중하되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규제도 필요한 것이다. 대체입법 등을 통한 보완을 기대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