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용린/교육개혁 성공하려면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교육부는 최근 3일 간격으로 두가지 중요한 발표를 했다. 하나는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새 학교문화창조를 위한 초 중 고교 정상화 방안이다.

두가지 계획안은 모두 2001, 2002년을 겨냥하고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3, 4년 후에는 교육이 상당히 달라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우선 현재 중3 학생에 해당하는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무시험 특별전형’이 주를 이루게 된다.

▼ 방법론 명확히 제시를 ▼

모든 과목의 공부에 뛰어나지 않고 한 두개 잘하는 것만 있어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봄과 가을 연중 수시 모집이 가능하며 수능시험의 비중이 줄어들고 5개 영역별로 성적 순위에 따라 1∼9등급이 제시된다.

이런 조치들의 취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학생들에게 ‘짐 지워진 입시위주 교육의 멍에’를 벗겨주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에 이어 교육부는 사흘만에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새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골자는 평가의 다양화 투명화, 고입무시험 전형확대, 교육과정의 개선 및 운영 합리화, 학부모 참여 확대, 열린 교육 및 체험학습 확대 등으로 추려진다.

이 두 계획안이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의 고리를 제대로 잡아당기고 있다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다.

대학입시에서 교과목 성적보다는 소질과 적성을 중요시하자는 것이라든지, 학생과 학부모 및 지역 사회의 실질적 교육참여가 보장되도록 학교문화를 바꾸겠다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야심찬 계획’이 아니라 ‘일관된 실천’이다. 사실 이들 계획안은 교육개혁의 공감된 목표를 교육부가 요약하여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참담한 기분으로 교육부가 이런 계획안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그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방법론은 명쾌하지 않은 듯 싶다. 실천을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 보면 종래에 교육부가 내놓았던 많은 다른 계획안과 다를 바 없다.

벌써부터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계획안들을 내놓는 마당에서부터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와 교사들은 정부와 학교가 단호한 선행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부터 ‘너먼저 해야 나도 한다’는 식의 혼선이 생기면 두가지 계획안은 성공하기 어렵다.

2002년부터 달라진 제도로 대입전형이 이루어지려면 초중고등학교에 새로운 학교문화가 형성되려면 교육부 교육청 대학 학교 교사 학부모는 지금 무척 바빠야 한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자기 몫의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다. 교육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파악한 연후에 교육의 각 구성체들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교육청 대학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실천하면 교육발전에 도움이 되겠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계획안에 담긴 아름답고 야심찬 계획을 위해서 교육부가 적어도 이것만은 꼭 책임지고 해놓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보여주면 다른 교육 주체들도 자기 몫의 일에 단호한 결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교육부가 두 계획안의 성공적인 실천을 위해 꼭 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학급정원 30명내외로 ▼

학급당 학생수를 30명 내외로 줄이는 것이다. 이것의 해결없이는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협조를 얻기는 어렵다. 이것의 해결없이는 무시험 전형도 어렵고 다양하고 투명한 평가도, 교사들의 적극적 협조도 바랄 수 없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 좋은 교육시설에도 불구하고 왜 또다시 12억달러의 거금을 들여 10만명의 새로운 교사를 충원하는가.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임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사정도 있겠지만 교육부가 반드시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문제의 핵심고리다.

문용린<서울대교수·교육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