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사기당한 무기도입

  • 입력 1998년 10월 9일 19시 20분


국방부가 미 록히드 마틴사의 대잠 초계기를 사들이면서 2천5백75만달러(3백65억여원)를 사기당한 사건이 터져나왔다. 당시 중개역을 했던 ㈜대우는 록히드측과 이면계약으로 커미션 2천9백75만달러를 판매총액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록히드는 국방부가 정한 법정 커미션이 4백만달러라는 것을 이용해 이 돈만 대우에 주고 이면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허술한 무기도입 과정이 한심스럽다.

▼방위비는 정부 총예산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단위예산중 가장 큰 비중이다. 방위비중 인력운영비 다음으로 덩치가 큰 것이 무기도입비다. 놀라운 것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매년 정부가 쓰는 외화지출총액의 70% 이상을 방위비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외국산무기 도입이 불가피한 것은 우리 안보상황 때문이지만 외환난 시대에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무기거래는 검은 돈 시비를 많이 일으킨다. F20전투기 생산업체인 미 노스롭사는 5공정권 당시 이번 사건과는 거꾸로 한국측에 당한 적이 있다. 노스롭사는 84년8월 6백25만달러를 홍콩 모 은행에 P 전청와대경호실장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연습비행중 F20기가 추락해 기종결함 시비가 일자 도입협상은 백지화됐다. 로비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전달된 뒤였다.

▼무기 하나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결재사인이 60개 이상이라고 했던 때 비리가 더 많았다. 무기도입은 국방부의 각종 위원회가 심사하는 것같지만 큰 건일수록 종국적으로는 청와대가 결정했다. 90년에 결정된 초계기도입건도 당시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민혈세를 쓰는 방위산업체는 정부당국자 못지 않게 공공의식이 필수적이다. 이미 손실된 국고 보전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응징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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