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워킹 홀리데이」 유럽-日로도 간다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3분


돈 벌면서 관광도 하는 ‘워킹 홀리데이’ 제도의 대상국이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호주와 캐나다로 제한돼 있었으나 조만간 일본 뉴질랜드 및 유럽 국가들과도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정이 체결될 전망이기 때문.

일본의 경우 이미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 제도 도입이 원칙적으로 합의된 상태다. 이르면 다음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최종 합의한 후 내년초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밖에도 뉴질랜드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자협정 체결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워킹 홀리데이 출국 희망자들의 적체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대상국의 폭이 넓어지는데 따른 가장 큰 의의는 일자리와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

일본의 경우 그래픽 애니메이션 디자인 미용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귀국 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험을 쌓기에 적당하다. 워킹홀리데이협회(02―723―4646) 관계자는 “일본은 3차 산업이 발달해 있으며 교포들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

유럽은 한국 젊은이들이 배낭 여행지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므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체결되면 ‘돈을 벌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워킹 홀리데이 본래 취지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곳. 특히 서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무비자로 왕래가 가능해 한 국가와만 협정을 체결해도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게 된다.

▼ 봉소영씨의 「호주 워킹 홀리데이」경험담

워킹 홀리데이의 가장 큰 매력은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한다’는 점. 더구나 여행에서 돌아와 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까지 이뤄낸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격이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10개월간 호주에 다녀온 봉소영(奉小英·25)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96년 숙명여대 독문과를 졸업한 봉씨는 출판사에 잠시 근무하다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했다. 그해 11월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난 봉씨는 3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현지 한인 여행사 사무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남들보다 쉽게 일을 구한데다 보수도 꽤 괜찮았거든요.”

봉씨는 생활비를 제하고 남는 돈으로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다. 대학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봉씨에게 호주의 거리는 산 교육장이었다. 계획대로 조성된 거리, 깔끔하고 예술적인 풍취가 느껴지면서도 사람들의 편의에 맞춰 지어진 건물들….

봉씨는 귀국 석달 뒤 설계 및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 지원했다. 최종면접에서 경력 4년의 베테랑과 맞붙었으나 회사측은 디자인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봉씨의 손을 들어줬다.

“혼자 외국에 나가 생활한 용기를 높게 샀다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호주에 살면서 머리속에 담아둔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현지인들과 부대끼면서 배운 ‘실전영어’도 큰 재산. 봉씨는 그러나 “어떤 지식보다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는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워킹 홀리데이 희망자들에 대한 봉씨의 당부 한 마디.

“모두가 저처럼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큰 욕심 없이 그냥 넓은 세상을 보러 가겠다는 생각이라면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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