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체제 개편론/現체제 문제점]IMF처방 신뢰 잃어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17분


현재의 국제금융체제의 첫번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투기성 단기자본, 즉 헤지펀드의 존재와 역할이다.

지난날 국제적인 자본이동은 개도국의 성장기반 구축에 기여한 측면이 더 컸다.

그러나 20세기말 자본자유화 명분 아래 등장한 단기자본은 무시로 국경을 넘나들면서 오로지 단기차익만을 노리며 국제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공적(公敵)으로 등장했다.

IMF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헤지펀드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국 경제의 기초실력(펀더멘털)이 약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길레르모 칼보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그는 90년대초반 중남미의 자본이동이 각국의 경제 기초실력보다는 미국의 이자율 동향에 훨씬 더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각국의 펀더멘털은 안정적인 데도 헤지펀드는 외적인 요인 때문에 어지럽게 움직였고 결국 금융혼란으로 연결됐다는 것.

두번째 문제는 금융위기에 대한 IMF구제금융의 유효성이다.

‘IMF처방이 각국의 경제여건에 맞느냐’ 여부는 정답 없는 논란거리로 남겨놓는다 하더라도 ‘IMF지원이 시작되면 위기는 끝난다’는 종전의 믿음은 작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무너졌다.

세번째는 금융기관 감독에 관한 문제이다.

‘금융자유화와 금융감독강화는 동시에 진행되야 한다’는 원칙은 한국 등 아시아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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