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헷갈리는 경기 예측

  • 입력 1998년 9월 22일 19시 04분


내년도 국내 경기예측을 놓고 정부산하 연구소와 민간연구소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부연구소들은 일제히 성장률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반면 민간연구소들은 하나같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어느 편이 맞을 지는 지금 당장 판별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또는 민간중 어느 한쪽이 잘못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산업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내년 2·4분기(4∼6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성장률이 연간 2.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원도 같은 시기에 경기가 오르기 시작해 1.8%의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6%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는 판에 정부연구소들의 이같은 예측은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한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삼성 대우 현대 LG 등 유수한 재벌그룹 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경제회복 시점도 대부분 200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우울한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기간 내에 경기가 좋아질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의 전망대로라면 내년에도 우리는 어두운 경제터널에서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왜 이렇게 경기전망이 제각각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경기요인별 가중치나 상황을 보는 시각이 연구기관마다 다를 수는 있다. 국제적 경제기구의 경기전망도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차이가 크지는 않다. 특히 플러스 성장이냐 마이너스 성장이냐 하는 성장의 추세 자체가 다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의 하나 정부연구소가 의도적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막연한 낙관론만 갖고 경제정책을 선택한다면 정부 스스로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책 집행이 왜곡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연구소들이 지나친 비관적 관점에서 엄살을 떤 결과라면 이 또한 합당한 일이 아니다. 국민 사이에 불필요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 일으켜 경제회복을 더욱 더디게 할 수 있다.

경기예측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경제활동을 계획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자료다. 밑그림 자체가 틀리면 투자나 소비 모두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를 성사시키는 데도 엇갈린 경기전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기전망은 함부로 낼 것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공동조사를 통해서라도 보다 정확한 예측치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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