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생산성이 더 중요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의 급여를 삭감할 예정이다. 기본급을 10% 깎아 총임금을 4.5% 정도 내린다는 것이다. 실직자가 양산되고 수입이 30∼40%씩 줄어든 민간기업 종업원들의 실정을 고려할 때 삭감비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임금절감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것은같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공무원의 업무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정부는 예산의 최종 확정과정을 통해 공직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임금체제를 개편해야 옳다.

정부가 산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경쟁체제 도입은 그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1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계약제를 도입한다는 고위공무원단제도(SES)가 대표적 아이디어다. 그동안 신분보장에 안주하던 공무원들이 제한적이나마 매년 성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심판받는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공직분위기를 깨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무원들도 이제 더이상 세간에서 불리는 이른바 ‘철밥통’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급 이상 공무원의 재임용제도도 같은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적절한 경쟁과 긴장이 조성될 때 공직사회의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다. 예산을 절감하면 일정비율의 상여금을 해당 공무원에게 지급한다는 인센티브제도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이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때 상대적으로 나태했던 분야가 공직사회였다는 지적을 고려하면 이 제도들은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공무원 경쟁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몇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직업공무원제가 훼손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흐려지면 곤란하다. 인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당인사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면 안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방식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환란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관리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소망스럽지만 정상체제 아래에서는 도입할 수 없던 변화들이 새로운 선택들로 주어지고 있다.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비록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차제에 공직사회가 경쟁체제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래서 국가업무 수행의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다면 그것은 환란의 고통이 보상해 주는 선물일 수도 있다. 내부적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정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국가경쟁력은 공무원의 생산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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