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립공원 축소 안된다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13분


국립공원 구역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가 40여억원이란 큰 돈을 들여 벌이고 있는 ‘국립공원구역 타당성 조사’가 그것이다. 이 용역조사의 배경에 일부 여야의원들의 입김과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어 용역조사 자체에 대한 강한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95년 말 국립공원이 있는 지역 출신 여야의원들이 중심이 돼 자연공원법을 개정했다. 국립공원에 대해 10년주기로 공원구역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공원지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공원을 폐지하거나 구역을 축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국립공원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한다는 명분이었다. 그후 이들 의원은 이 법을 근거로 정부에 국립공원구역 타당성 조사를 재촉했다. 예산도 두둑히 배정했다. 97년도 예산편성 때 정부가 책정한 용역비는 당초 6억원에 불과했으나 예산당정회의에서 25억9천6백만원으로 늘어났고 다시 국회예결위를 거치면서 무려 53억9천6백만원으로 불어났다. 의원들의 입김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해서 작년에 두건의 용역조사가 의뢰됐고 그 중 하나가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해 작성돼 환경부에 제출됐다. 이 용역조사 보고서는 13개 국립공원의 공원구역을 전면 재조정하는 기준안을 제시했다. 국립공원 안의 취락지구를 확대하고 증개축 목적의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당초 ‘용역조사 결과는 보나마나’라는 환경단체 등의 우려가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이 기준안대로라면 국립공원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자연환경지구는 상당부분 취락지구로 편입된다. 더구나 국립공원 내 용도변경 대상이 되는 땅들은 대개 외지인들이 투기목적으로 사둔 땅이라고 환경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결국 자손만대에 물려줘야 할 국립공원이 일부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마구 축소되고 훼손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도 ‘들러리 용역조사’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셈이다.

어떤 이유로든 국립공원구역 변경이나 축소는 안된다. 오히려 국립공원 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전 국토의 6%선에 불과하고 그나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 2월 국립공원과 국유림을 통합관리하기로 하고 지방 산림청의 국유림관리소를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통합해 99년까지 공사화하기로 의결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한 일이다. 국립공원 축소기도는 이런 정책기조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소신없이 질질 끌려가서는 안된다. 후손과 국가장래를 위해 국립공원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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