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산 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53분


7일 오전에 만난 김동호(62)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하다.

예매 첫날인 이날 1시간40분만에 2만4천장이 예매돼 입장수익만 1억원이 넘었단다.

“젊은 관객들의 영화열정이 부산영화제의 강점이죠. 세계 어딜 가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렬히 호응해주는 영화제는 없어요.”

올해 겨우 세 돌째. 그럼에도 부산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집대성해 보여주는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부산영화제의 공신력이 두터워진 데에는 김위원장의 맹활약도 톡톡히 한 몫을 했다.

그는 지난해 로테르담 영화제 심사위원장, 싱가포르 후쿠오카 하와이 인도영화제 등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대체로 심사위원을 감독, 배우 위주로 선정하는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매우 드문 일.

세계영화계에 제 목소리를 내는 국제적 로비스트가 전무하다시피한 우리 현실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영화제는 프로그래머들의 싸움”이라며 겸연쩍어했다.

“올해 개막작 ‘고요’와 에밀 쿠스트리챠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는 부산에 오기로 확정된 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습니다.

1회때 부산에서 처음 상영한 장위엔의 ‘동궁서궁’은 다음해 칸영화제에 공식초청됐고 밴쿠버영화제에서 수상했지요.

부산영화제의 성가가 높아진 것은 프로그래머들의 그런 안목과 좋은 영화를 확보하려는 열성 덕분입니다.”

그는 “올해는 아시아 감독들과 전세계의 투자자, 배급자 등을 연결시켜주는 부산 프로모션 플랜(PPP)의 성공적 개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위원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 전당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96년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왔다. 공무원 출신이지만 ‘관급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격의없는 인간관계와 젊은 사람들을 무색하게 하는 부지런함으로 유명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술꾼’이면서도 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새벽2, 3시까지 영화관계자들과 함께 말술을 마셔놓고도 새벽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조깅을 하고 빡빡한 일정을 멀쩡하게 소화해내 ‘괴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30대 중반이후 몇 시에 자든 새벽5시를 넘겨 일어나 본 적은 없어요. 깡으로 버티는 거죠, 뭐…”

인터뷰와 강의, 몇몇 모임을 위해 전날 밤늦게 서울에 올라온 육순의 ‘깡다구’위원장은 이날 밤 또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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