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정보 이래서야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05분


‘로켓발사’와 김정일(金正日)체제의 공식출범 등 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우리의 대북(對北)정보능력 수준을 여실히 드러나게 했다. 정부는 당초 로켓발사를 대포동1호 미사일로 장담했다. 그러나 인공위성 얘기가 나오자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 확인중이라는 모호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더니 정부의 판단은 아예 없어졌다. 미국에서 무슨 소식이 오기만 고대하는 모습이었다.

김정일체제 출범에 대한 판단도 완전히 빗나갔다. 김정일이 주석으로 취임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부를까 고심하던 정부다. 일각에서는 주석에 취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았지만 정부의 판단은 거의 100% 주석 취임 쪽이었다. 김정일이 군사위원장직을 사실상의 국가수반 자리로 격상시켜 재취임할 것이라는 분석은 전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력을 지녔다는 미국이나 일본도 대북정보에 관한 한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드러냈다. 물론 북한은 워낙 폐쇄적인 사회인데다 돌출적인 행동이 잦아 예측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우방의 대북정보 능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정보구멍’은 동북아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재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연유도 따지고 보면 정보불안에서 온 것이다. 예측불허일수록 보다 정확한 정보로 한치 착오없이 대처해나가야 한다. 북한과 무력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의 대북정보망은 그동안 ‘북풍사건’ 등 국내적 요인으로 크게 훼손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러시아와의 외교마찰도 대북정보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정보기관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으나 대외정보요원들의 정예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탈북자를 비롯한 인적 정보자원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활용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남북대치상황에서는 탈북자들이 갖고 오는 정보처럼 생생한 분석자료도 드물다. 인공위성 등 첨단장비 개발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방과의 긴밀한 정보협조 공조체제가 절실하다. 우리는 대북정보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획득한 대북정보조차 미국의 확인이 있어야 정보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정도다. 그만큼 의존도가 높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북정보에 관한 한 우방과의 협력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가들과의 정보 협력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우리의 대북정보능력은 현주소가 드러났다. 총체적인 정보체제 구축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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