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미룰수 없다⑩]전문가 좌담회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59분


《‘정치개혁,미룰 수 없다’를 연재해온 동아일보는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정치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한나라당 김중위(金重緯),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의원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趙己淑)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1인지배 정당구조의 개혁과 선거제도의 변경 등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 국회운영의 정상화가 정치개혁의 최우선과제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좌담회 참석자]

김중위 의원(한나라당) 임채정의원(국민회의) 조기숙교수(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김중위의원〓정치개혁의 핵심은 무엇보다 1인지배 정당구조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1인지배의 정당체제극복은 최소한 느슨한 형태의 과두지배체제로 가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을 수 있고 지역주의극복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임채정의원〓정치개혁의 방향은 역시 지역대결구도 극복에 있습니다. 국민회의에서는 제도적 측면에서 정당명부제를 도입해 어떻게든 지역주의를 희석시키겠다는 생각입니다. 또 국회기능을강화해‘통법부(通法府)’라는오명을 벗고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방향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기숙교수〓그동안 우리 정치에서 정당정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당 자체가 사당화(私黨化)돼 있었는데 3김의 카리스마가 무너지면서 점차 극복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치개혁은 누가 어떤 정향성을 갖고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1인지배정당체제에서 정당명부제를 실시했을 때는 지금의 전국구제도를 확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1인지배체제에서 그 1인이 지명하는 사람이 후보가 되기 때문에 1인지배체제를 더욱 심화, 고착시킬 수 있습니다.

▼조〓학계에서는 정당명부제를 오래전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고 소수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뉴질랜드 일본 이탈리아 등이 독일식을 변형한 정당명부제를 도입했습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운영해야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고 돈 안드는 선거도 할 수 있느냐입니다.

▼김〓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돈이 엄청나게 듭니다. 지역구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든지 아니면 아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한 가지만 실시하는 것이 낫습니다. 소선거구제를 없애면 지구당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됩니다.

▼임〓소선거구제를 하면서도 돈을 쓰지 않는 나라는 많습니다. 선거의 고비용문제는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 법을 어겼을 때는 엄격하게 제재하는 것으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조〓정치부패문제는 정치자금실명제 도입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정치인 개인의 돈은 모두 별도의 계좌를 이용토록 해 완전 공개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또 ‘소액’기부에 인센티브를 줘서 소액다수기부를 확대해야 합니다. ‘큰손’만 정치자금을 대주다보니 부패구조가 생깁니다.

▼임〓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정치자금실명제를 하다보면 야당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누가 돈을 줬는지가 드러난다면 야당에 돈을 주기 꺼려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야당에도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주라고 했지만 과연 기업이나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소액다수기부도 우리 국민의 ‘기부’의식이 약해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최고정치지도자가 한번쯤은 양심선언을 하고 정치자금문제에 관해 제2의 건국을 한다는 심정으로 개혁을 해나가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정당내의 계파보스들은 상당히 많은 돈을 씁니다. 하물며 당 총재가 돼서 대통령이 될 때까지 만들었을 정치자금은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일 것입니다. 그것에 비하면 일반 정치인의 정치자금은 ‘새발의 피’입니다.

▼조〓대통령부터 양심선언을 하고 객관적 기준에 의해 사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에서는 야당파괴공작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자금을 수사한다는 의지도 중요합니다.

▼김〓유신 이후 행정부의 능률성이 강조되면서 국회의 기능이 상당히 약화됐습니다. 물론 국회가 행정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앞으로 법안심의기능과 예산의 ‘결산’심의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예결위에서 ‘결산위’를 독립시켜 상설화화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임〓동감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행정부의 능률성 위주로 운영돼왔고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 법안내용도 모르고 통과시킬 때가 많았습니다. 본회의의 법안심의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국회를 연중국회 상설국회체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그동안 국회운영이 경직돼있었던 것은 정당 때문입니다. 정당이 1인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임〓근원적으로는 그동안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서 국회가 정책대결 대신 정치투쟁의 장이 돼왔기 때문입니다. 또 유권자들도 어떤 의원이 지역구 경조사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는지 등 1차 집단적인 행위를 가지고 심판하려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조〓의회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일단 공천권 때문에 의원이 정당에 종속된 측면이 있었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의원이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의정활동결과가 선거에서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도록 기록투표제를 도입하고 케이블TV 등을 통해 의정활동을 중계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임〓국회의원정수축소 문제는 정치개혁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의원숫자가 외국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고 오히려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고 자칫하면 국회의 존립마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의원수의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김〓의원수 축소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축소과정에서 표의 등가성은 감안돼야 합니다.

▼조〓우리나라 의원숫자는 세계 1백93개국가 중 15번째로 적습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국민혐오가 극에 달해 정치권이 자성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나친 정치불신은 자칫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사랑이라는 이슬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국민도 정치인의 어두운 면만 보고 비하하는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김정훈·공종식기자〉jnghn@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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