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혁 이대로 좋은가?-김대중정부 출범 6개월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36분


50년만의 여야 평화적 정권교체로 출범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지난 6개월은 한마디로 국가위기 관리와 총체적 개혁을 놓고 씨름한 나날이었다. 시행착오도 많고 저항도 많았지만 6개월 성적표는 대체로 무난하다고 할 만하다. 김대중정부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 지지가 출범 초기보다 많이 줄었지만 기대는 아직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다.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국가를 넘겨받은 김대중정부의 위기관리는 신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외교에 나서는 등 외환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였고 국가신인도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특히 대통령이 국민에게 꾸준히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우려되는 심리적 공황을 억제한 것은 적절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국정철학도 새로운 발전모델 창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권위주의체제의 국가운영 원리를 청산하고 나라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선언도 그렇지만 개혁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혁으로 고통받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를 중시한 정책의지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김대중정부의 개혁은 실천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개혁의 당위성이 국민 사이에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이를 결집하고 추동(推動)할 적극적 동기를 유발하지 못했다. 개혁의 속도가 늦고 개혁의 효과가 체감(體感)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인 개혁 프로그램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분명치 않은데다 개혁추진세력이 취약해서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집행도 미흡했다. 그것은 곧 개혁의 표류로 비쳤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김대중정부의 개혁의지를 크게 의심케 한다. 개혁의 핵심인 정치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고 관료층은 여전히 개혁에 소극적이다. 국회파행과 두차례의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구태의연한 선거행태는 특히 비판의 표적이었다. 지도층 개혁없이 국민의 개혁동참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을 가볍게 본 것이다.

지역차별 등 사회갈등도 개선 기미가 없고 화해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당국간 관계는 여전히 차갑다. 남북관계의 경우 재임중 한건주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라는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출범 6개월 성적으로 한 정권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반년이 지났으면 이제부터 정치의 모든 책임은 현정권에 돌아간다. 과거정권의 실패에 더 이상 기댈 수는 없다. 김대중정부에 대한 평가는 개혁으로 판가름난다. 개혁의 성공으로 21세기 국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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