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투자 없이는 「제2의 박세리」없다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52분


‘슈퍼루키’ 박세리(21·아스트라)의 잇단 세계제패로 프로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주니어골퍼는 더할 수 없는 ‘희망’이 섰다.

하지만 박세리처럼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쥐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자질, 전폭적인 후원 등 세가지중 어느 한가지만 미흡해도 세계정상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

박세리와 타이거 우즈(미국)는 바로 이 세가지 필요충분 조건을 이상적으로 결합해 이뤄진 것이라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3일 현재 대한골프협회에 등록된 초중고 주니어선수는 2천3백33명(남자 1천8백37, 여자 4백96명). 등록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3천명이 넘는다.

한국에서 주니어골퍼 한명을 초등학교 3,4학년부터 고교3년까지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2억원대.

이런 큰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국내의 골프교육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 미국이나 호주처럼 골프장이 널려있고 한달에 3만원 정도만 내면 학교에서도 마음껏 골프연습을 할 수 있는 상황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특히 명목상으로는 선수증을 소지한 선수에게는 주중에 회원그린피를 받는다고 하지만 부킹난이 심한 국내 골프계 현실에서 주니어선수들을 꺼리는 것이 현실.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일주일에 두 세번씩 나가는 라운딩비용과 겨울철 해외전지훈련비, 각종 대회 출전경비, 한달에 2백만∼3백만원이나 들어가는 레슨비 등을 감당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박세리는 다행히 주니어시절 유성CC측의 배려로 무료로 라운딩하며 세계정복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박세리의 뒤를 이을 만한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 주니어선수는 의외로 많다. 지난해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장 정(유성여고)과 제다나(서문여중) 김주연(서문여고) 등. 이들은 국가대표 및 상비군에 소속돼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쓸고 있다.

화려한 주니어시절을 거쳐 지난해 대학에 진학한 박지은(미국 애리조나주립대)과 한희원(일본 류코쿠대)은 ‘포스트 박세리’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바로 이들이 박세리의 뒤를 잇기 위해서는 후원사의 뒷받침이 필수적.

삼성이 2년전 박세리에게 10억원을 투자한 것도 그의 가능성을 보고 한 것이지 ‘완제품’을 미국에 진출시킨 것이 아니었다.

바로 가능성에 대한 투자와 체계적인 후원에 국내 꿈나무들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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