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속철 더이상 차질없게…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9분


경부고속철도 건설 재조정안이 확정됐다. 90년 6월 기본계획안이 발표된 후 3차에 걸친 조정끝에 마련된 최종안이다. 재조정안은 고속철 건설공사를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1단계로 서울∼대구 구간을 완공하고 대구∼부산까지와 대전 대구시내 구간은 기존 경부선 철도를 전철화해 개통한다는 것이다. 2단계는 대구∼부산 노선의 신설과 대전역 및 대구역 구간의 지하화다. 2단계 구간은 당초 기본계획안대로 경주를 경유하게 된다.

이번 재조정안은 고속철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등에 대한 논란을 일축하고 정부의 확고한 추진의지를 재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에는 기존 투자분이 너무 크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선 및 역사(驛舍)설계와 시공상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대가도 치를 만큼 치렀다.

그러나 재추진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고속철의 경제성과 수익성 그리고 안전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일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고속철 공사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국민의 불신부터 씻어내야 한다. 이번에는 재정 교통 토목 건축 철도 통신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만큼 재조정안의 객관적 타당성이 명쾌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2단계 공사중 경주를 경유하는 신설노선 건설의 타당성 여부다. 영남 동부지역 3백만 주민의 바람과 고속철 운영의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과연 편익 비용비율이 맞는지 의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 경부고속철이 통일 후 중국 및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과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상정한 것이라면 대구∼부산구간의 직선화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재원조달이다. 고속철 1, 2단계를 완공하려면 총 19조2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이중 45%는 재정에서 지원 또는 융자하고 나머지 55%는 채권발행 해외차입 민자유치 등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나 두가지 다 만만치 않다. 재원조달 계획이 보다 확실하게 세워져야 한다.

그간 고속철 건설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엄청난 낭비를 부른 만큼 이제부터는 정말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사업과 조직관리, 예산편성과 집행은 물론 설계 시공 감리 안전점검 등에 있어 또 다른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공기가 1년 늦어지면 2조원씩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1단계라도 빨리 완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적 이유나 지역이해가 엇갈려 사업추진이 오락가락하게 되면 공기와 사업비를 맞출 수 없게 되며 고속철 자체의 부실화를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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