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경제협력 새 단계

  • 입력 1998년 6월 10일 19시 4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 역할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경제지원 약속을 이끌어낸 것은 바람직한 성과로 여겨진다. 우방으로서 미국이 이번에 보여준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부문 7개 현안 대부분은 우리가 환란 이후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이다. 특히 투자협정 체결과 투자조사단 파견에 합의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절박하게 요구되는 해외 투자유치 촉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시책이 많이 나왔지만 미국이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갖는다면 결과는 더 좋아질 수 있다. 해외투자의 선택은 기업이 하는 것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기업들이 대한(對韓)투자에 적극성을 보일 때 여타 선진국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정상회담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서방 선진7개국의 2선지원 약속이 계속 유효함을 미국측이 확인한 것도 성과중 하나라고 하겠다. 비록 선언적 의미를 갖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다시 결정적인 어려움을 당할 경우 안전판이 확보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대목이어서 의미가 크다.

미 해외민간투자공사의 대한 투자보증사업 재개와 한미경제협의회 재가동 등도 양국간 경협을 활성화시키는 분위기 조성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합의한 사항들을 구체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투자협정 체결의 경우 사전에 관련 국내법이 고쳐져야 하고 각종 관행과 제도도 정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에게 불리한 역차별이 생겨서는 안된다. 또 ‘IMF 이후’까지를 고려한 장기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 특정국가에 치우친 나머지 다른 나라를 자극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좁은 시장에 미국자본이 집중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보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예방적 조치들이 세워져야 하겠다. 외국의 자본과 상품에 대한 배타적 시각도 개선되어야 한다.

환란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점차 도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에게 큰 정신적 위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약속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합의사항들이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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