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美호황의 비결은 생산적 투자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미국의 4월중 소비증가율은 0.5%로 임금증가율 0.4%를 앞질렀다. 벌이보다 씀씀이가 더 빨리 늘어났다는 얘기다.

4월중 미국의 저축률은 3.5%였다. 미국의 저축률이 전통적으로 아시아 국가보다 낮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좀 심하게 낮은 수치다.

72∼94년 미국의 평균저축률은 6.7%였다. 같은 기간 일본의 저축률은 19%였으며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외환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른바 ‘아시아 5’는 30% 안팎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흥청망청하는 미국은 저렇게 호황을 누리는데 개미처럼 아껴 저축해온 아시아는 왜 고통을 받는가? ‘베짱이의 비결’이 따로 있는가?

전문가들은 “얼마나 저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경제의 강세가 꼭 ‘소비가 미덕’이라는 명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축은 생산적 용도에 투자돼야 제 역할을 한다. 부동산 같은데 몰리면 거품이 형성되고 오히려 경제위기의 원인이 된다. 거품경제 당시의 일본이나 최근 태국 등이 겪은 일이다.

더욱이 미국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이상 투자재원을 꼭 국내저축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세계의 여유돈이 저절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저축에서 투자액을 뺀 금액은 수출에서 수입액을 뺀 금액과 같다’는 항등식이 있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처럼 무역적자를 통해 투자자본 부족분을 보충하는 일도 있다.물론 투자는 가능한 한 저축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저축 부족이 지속되면 무역적자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누적되기 때문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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