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철용/시험대 오른 동아건설

  • 입력 1998년 6월 7일 20시 14분


“은행에는 꾼 돈만 갚으면 된다. 모든 결정에 대해 은행의 윤허를 받을 필요는 없다.”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65)신임회장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통운 등 흑자 계열사를 팔지 않겠다”며 “구조조정이란 적자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지 흑자기업까지 팔아넘기는 것은 아니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채권은행단은 6, 7일 연이어 “대한통운 매각은 동아건설 회생을 위한 자구계획이자 협조융자의 전제조건이며 정부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동아건설은 부도일보직전에서 채권은행단의 협조융자를 끌어내기 위해 지난달 18일 “대한통운등 흑자계열사를 매각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룹의 완전해체를 의미한다”는주석을 달았다.

고회장의 발언을 놓고 채권은행단이나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온다. 채권은행단은 ‘고용 회장’의 발언에 대해 독자적인 결정을 못내리고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칼자루를 쥔 정부는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김포매립지 용도변경도 마찬가지다. 주채권은행장인 신복영(申復泳)서울은행장은 3일 “김포매립지를 토지공사가 사들여 개발할 것이라는 언질을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마자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펄펄 뛰고 있다.

동아건설 처리는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 표명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이철용<경제부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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