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표의 참여

동아일보 입력 1998-06-03 19:34수정 2009-09-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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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대 지방선거의 날이다.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제2기 지방자치를 이끌 대표들을 뽑는다. 그러나 유권자의 관심이 저조해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심지어 투표율이 40%대에 머물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유권자의 관심을 떨어뜨릴 만한 사정은 많다. 경제난으로 많은 국민이 선거에 눈을 돌릴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다. 후보들의 무자비한 상대 헐뜯기와 무원칙한 당적 바꾸기로 선거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도 깊어졌다. 지역분할구도에 따라 승부가 빤히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 역사가 짧아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아직은 낮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투표율의 현저한 하락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러잖아도 미숙한 지방자치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주민들이 무관심하면 대표들은 민의를 우습게 여기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쉽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생명은 국민의 참여와 감시에 있다. 투표는 참여와 감시의 시작이자 끝이다. 한 표를 행사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고 키워야 한다. 그것이 주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4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기 때문에 후보자가 많고 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고르지 못할 것도 없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에 보낸 선거관련자료를 살펴보면 후보들을 어느 정도 비교할 수 있다. 후보의 공약 자질 능력 경력 소속정당 등을 고려해 그 중에서 나은 사람을 고르면 된다. 그렇게 해야 지방자치도, 주민들의 생활도 조금씩이나마 좋아질 수 있다.

그동안의 선거운동과정은 혼탁했다. 국회의원의 ‘공천장사’가 폭로됐고 장관이 선거개입혐의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으나 전반적으로 금품수수와 관권시비가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지역주의는 기승을 부렸고 특히 상호비방 흑색선전 고소고발이 극심했다. 국회의원과 지사후보가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공업용 미싱’이니 ‘칼국수나 ×먹고’ 하는 저질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선거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투표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저급한 비방과 흑색선전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표로 보여주어야 그런 짓이 줄어들 것이다. 비열한 선거운동을 했던 후보를 표로 심판해야 선거문화가 맑아진다.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도 투표장에는 들러야 한다. 투표일을 공휴일로 정한 것은 많이 투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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