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은 해결책 아니다

  • 입력 1998년 5월 25일 19시 28분


민노총이 추진중인 27일의 총파업은 현 경제난국에 대한 해결책이 못된다. 합법이건 불법이건 파업과 시위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파업은 상황을 악화시켜 더 큰 희생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노동계의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자 한다.

최근 두차례의 주말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자 안정을 바라는 국민은 마음속으로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노동단체가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하기를 기대했다. 이같은 염원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5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다시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요구조건에는 정리해고 법제화의 철폐 등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이 들어 있다. 당시 합의했던 고통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약속을 파기한다는 식의 민노총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고통분담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미흡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따져야 한다. 대화의 장은 열려있지 않은가. 파업은 너무 희생이 큰 선택이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도 우려를 자아낸다. 파업관련 투표는 대개의 경우 강성으로 결론나게 되어 있다. 회사측이 8천명이나 정리해고를 하겠다는데 근로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기만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리해고의 규모가 정말로 불가피한 최소한의 것인지, 그 속에 회사의 고통분담 노력이 충분히 들어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정리해고 자체를 거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실직자 또는 실직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몇명이 정리해고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이 해고에 포함되면 이는 ‘절대적 상실’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전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당사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극심했던 불황기에 수천만명의 근로자가 반발 한번 못해 보고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 결과 불과 몇년만에 미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되찾아 지금은 실직자들을 모두 흡수하고도 일손이 모자라는 형국이다. 우리와 미국 실업자의 처지는 다르지만 겪어야 할 과정은 같다. 고통을 피하는 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해 미래까지 잃을까 걱정이다. 민노총은 작은 것을 얻는 파업에 앞서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해 큰 부분을 살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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