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大 편입학 비리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학생들의 수업거부사태를 초래한 한국외국어대의 편입학시험 비리의혹이 교육부 특감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96, 97학년도 편입학시험에서 재단측은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9명을 부정입학시켰으며 대가로 받은 돈의 대부분을 재단이사 한 사람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이 뒷거래로 부정입학을 용인하고 개인주머니를 부풀리는 것은 사학비리의 전형이다. 이번 비리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이같은 부정이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과 파문이 크다.

아직도 적지 않은 사립대학들은 설립자의 가족이나 친척이 대학경영을 전단하는 족벌체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외국어대 편입학비리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재단이사도 이 대학 재단이사장의 조카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부정입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정 및 견제기능을 상실한 사학의 족벌체제는 필연적으로 대학을 사유물로 생각하거나 치부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사학경영자들의 근본적인 자세전환이 요구된다.

이번 비리는 사학재단의 입시부정이 언제든 가능하며 입시제도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문제가 된 편입학시험은 최근 제2의 대학입시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면서 학교를 옮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등록률이 떨어지고 군입대 학생이 증가한 올해에는 3만5천여명이 편입학시험을 통해 대학을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입시와는 달리 편입학시험은 비교적 절차가 간단하고 교육당국의 감독이 소홀하다는 점 때문에 부정이 끼여들 소지가 많다. 교육당국은 이번 비리를 계기로 대학 편입학시험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대학의 부정과 비리는 입시부정에 한정되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대치대의 교수채용비리처럼 교수자리를 돈으로 팔고 사는 것은 물론 등록금횡령 연구비유용 등 각종 비리가 횡행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대학비리가 부쩍 늘면서 상당수 대학들이 진통을 겪고 있으나 학내문제로 축소돼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만이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각종 비리와 방만한 운영을 하루빨리 청산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가 없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개혁의 주체는 1차적으로 대학이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당국도 그동안 비리를 방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교육부의 고유권한인 대학 감사기능만으로도 이번 비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철저한 감사활동과 함께 재단의 학사운영 개입 방지 등 제도적 보완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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