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새 이름은 국가정보원.영문명칭도과거 중앙정보부 때부터썼던 Agency 대신 Service로 했다. ‘남산’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중정이나 안기부는 검찰 경찰에서는 A로 불렸다. 안기부가 권위주의를 연상시킨다면 이름 자체보다 그 족적 때문이다. 그 기관의 발자취가 만들어 놓은 정체성이다.안기부의 명칭변경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을 희구하는 것이다.
▼안기부는 또 부훈(部訓)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꾸기로 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지금의 부훈은 61년5월 중정 창설 당시 김종필(金鍾泌)초대부장이 주도해 정한 것이다. 프랑스 정보기관의 ‘음지에서는 엄격하고 양지에서는 명철하게’가 이와 비슷하다. ‘음지’가 음습한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지만 기관의 족적에 따라 다르다. 부훈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CIA라면 베트남의 고딘디엠과 니카라과의 아옌데 암살을 떠올린다. 76년 엔테베 인질구출의 신화는 이스라엘의 모사드에 붙여진 영예다. 프랑스 대외보안총국은 85년 핵실험 항의차 가던 그린피스 선박폭파로 국제적 물의를 빚었다. 우리의 중정과 안기부는 69년 3선개헌, 72년 유신 등 고비마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최근에는 북풍공작 혐의로 얼룩졌다. 그 이름바꾸기가 과거와의 진정한 단절이 돼야 새 국가정보원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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