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완벽주의는 가정에 되레 해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완벽주의자인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대개 다음과 같다.

“남편은 너무나 진지합니다. 농담을 몰라요. 일분일초도 낭비해서는 안되는 게 인생이란 거죠. 저에게도 언제나 틀린 것만 지적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만 들어오면 자기방으로 도망가기 바쁩니다. 얼굴만 마주쳤다 하면 이래라 저래라, 넌 왜 매일 그 모양이냐 등 설교만 늘어놓으니까요. 남편이 아니라 선생님과 사는 것 같아 낭패감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도 너그럽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니, 때때로 자기 단점은 합리화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변명도 용납하지 못하는 타입도 있다.가족은 당연히 고통스러워 한다. 그 기준은 너무도 높아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 맞출 수 없는 가족은 열등감과 죄책감에 괴로워 하게 된다. 그러나 곧 부당한 것을 요구하는 당사자에게 분노하게 마련. 그 감정은 또다른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므로 늘 격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 우울한 하루하루를 살 수 밖에 없다.서로가 선생님이 되어 한수 가르치려고만 든다면 24시간이 얼마나 긴장의 연속이겠는가.

사람은 자기 속에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게 마련. 남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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