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돈이 들어오려면…

  • 입력 1998년 4월 7일 19시 20분


외자유치 성패 여부에 한국경제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먼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환율안정 금리인하가 가능해져 기업도 활력을 되찾게 된다. 실업대책 역시 근본적으로 고용창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 외국인 직접투자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외자유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진생산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전수와 함께 수입대체효과와 경우에 따라서는 수출증대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외채상환 압박도 받지 않는다. 우리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합의한 고위급 투자조사단의 방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외국인에 대해 기업 인수합병(M&A) 전면 허용과 토지취득 자유화 및 이에 따르는 세금감면 등과 같은 외국인 투자촉진책을 마련했다. 또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른바 공장설립의 원스톱서비스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경제체제가 완전개방으로 나아가야 하고 각종 개혁도 보다 빠르고 강도높게 추진되어야 한다. 규제완화계획은 규제철폐로 이어져야 하며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행정절차나 관행 그리고 국민의 배타적인 의식도 바꾸어야 한다.

외국기업인들이 한국에 직접투자하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행정규제가 꼽힌다. 외국인이 공장을 설립하려면 2년 동안 8개부처를 찾아다니며 토지이용과 환경 건축 등 무려 50여가지의 인허가를 받아내야 한다. 그래도 법인설립 허가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세계 굴지의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가 한국에 2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다가 말레이시아로 발길을 돌린 것도 까다로운 행정절차 때문이었다.

한국은 아직도 외국인들에게는 사업하기 힘든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각종 행정규제 말고도 노사관계의 유연성 부족, 외국기업에 대한 배타적 태도, 인프라의 부실 등도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 이유들이다. 고용 세제 금융 등의 3중 규제와 국내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제도도 외국인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외국기업이 몰려온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기능이 통제에서 지원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된다. 원스톱 서비스가 또다시 계획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영국 대영투자국(IBB)과 지방정부 투자국의 원스톱서비스는 좋은 모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