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금융공황 철저 대비를

  • 입력 1998년 4월 4일 20시 34분


일본의 금융불안이 세계경제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일본경제가 장기적인 복합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사가 3일 일본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자 일본 금융시장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이 가속화, 엔화가치와 주가 채권시세가 동반폭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일본은행은 엔화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 1백35엔이 무너지자 보유달러를 풀어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경기전망이 계속 불투명하고 경제정책마저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지속적인 엔화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금융불안은 전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잖아도 세계증시(證市)는 미국의 과열경기 거품과 일본의 경제개혁 실패로 대붕괴가 우려돼 왔다. 일본이 재정지출 확대와 엔화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중인 미국 국채 3천억달러어치를 내다 판다면 전세계적인 금융불안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칫 30년대의 세계적인 대공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거론되고 있다.

엔화 폭락사태가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미칠 타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엔저(低)쇼크는 당장 국내 외환 증권시장을 강타,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으면서 제2의 환란(換亂)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한국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하려들면 우리의 외화난을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또 엔화가치의 하락은 수출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국제사회는 어떻게든 일본이 금융위기에 휘말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선 일본은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조세감면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노력에 나서야 한다.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제안했지만 국제환투기꾼들에 의한 외환시장 교란을 막을 국제금융시장 감시체제를 서둘러 갖추어야 하며 서방선진 7개국(G7)과 국제금융기구들은 국제금융거래 질서 확립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의 금융공황에 우리 스스로 철저하게 대비하는 일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제2의 외환위기에 대처하면서 수출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국제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개혁과 구조조정 노력을 보다 빠르고 강도높게 추진해야 하며 외자유치의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 관행의 개선도 더이상 미적거려서는 안된다. 중국 위안(元)화의 동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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