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①]「서구표준」 또 밀려온다

  • 입력 1998년 3월 31일 19시 53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경제기구는 ‘서구식 표준’을 세계에 전파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한국은 이 기구에 가입하면서 서구표준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한데다 정치적 목적에서 가입의 이점만 부각시키는 잘못까지 저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먼저 ‘선진국클럽’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OECD. 96년 말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애걸하다시피 해 가입초청을 받아 정식회원이 됐지만 서구표준과 한국적 경제체질의 ‘궁합’을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우경제연구소가 지난 연말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OECD후발가입국들의 ‘가입후 1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가입 첫해의 경제가 안정세를 보였다. 대개 가입 당시 경기가 회복중이었고 외국자본이 밀려올 것에 대비해 금융기관 감독을 크게 강화해놓는 등 준비를 한 덕택.

반면 한국의 OECD가입은 반도체 국제가격이 대폭락해 한국 수출경쟁력의 허상이 완전히 드러난 시기에 이뤄졌다. 게다가 자본시장이 개방돼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커졌으나 감독기관은 감독은커녕 가용 외환보유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현재 OECD 회원국들 사이에선 △노동조건과 무역의 연계(블루라운드) △뇌물관행 처벌(부패라운드) △자유로운 외국인 투자보장(다자간투자협정) 등 다음 세기에 대비한 ‘밀레니엄라운드’가 구체화하는 단계. 여기서 채택되는 각종 조항들은 또한번 우리 경제 사회구조를 확 바꿔놓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95년 1월 출범한 WTO는 개도국들도 대거 참여해 서구식 표준의 지배력이 약한 편. 그러나 한국은 출범후 3년 동안 WTO의 분쟁해결기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이 체제 적응에도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제소건에 비해 피소건이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또 피소를 당하면 제소국과 사전 협의하면서 양보해버리는 사례가 75%에 달해 WTO체제를 우리 입장에서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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