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금식/평등고용 법규-절차 재정비해야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새 정부의 내각구성이 끝나고 각 부처별로 공무원 후속인사가 임박하자 공무원 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부 공무원은 일손을 놓고 지연 학연 혈연을 통한 줄대기에 한창인가 하면 비방 음해 투서 등도 난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경제도 살리고 국민대화합을 이룩해야 할 정부로서는 망국적인 출신지역 학력 성(性) 등에 의한 부당한 차별을 철폐해야 할 때다. 동시에 정부는 정부 기업 교육부문에서 공정한 능력위주의 인사를 통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통일이후 예상되는 지역갈등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시급히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 정부인사 투명성 높여야 ▼

진정한 국민대화합은 국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때 가능하다. 김영삼(金泳三)정권 초기에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로 인사관리의 효율적 운용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 주관적 기준에 의해 인사가 이뤄짐으로써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자격요건에 따른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국가의 인적 자원을 어떻게 개발 관리하겠다는 비전과 정책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사원칙에서 경제의 효율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차별에 의해 우수한 인재가 배제되고 열등한 사람이 선정된다면 효율적 인적자원관리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조직의 효율성 강화와 동시에 능력에 따른 평등고용이라는 ‘분배적 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가능한 차별철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등 평등고용기회를 위한 법률들이 있지만 법규준수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이 없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감정의 해소책으로 ‘인재지역할당제’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이러한 할당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 및 기회균등의 원칙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할당제는 능력에 따라 인사관리를 한다는 능력주의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우수한 사람을 채택해야 하는 효율적 자원관리원칙에도 배치된다. 결국 이러한 할당제는 차별철폐라기보다는 오히려 역(逆)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라고 볼 수 없다.

여기서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는 흑인들의 광범위한 시민운동을 잠재우고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해 케네디 대통령은 64년에 공민권법 제7장을 만들었다. 이 법은 동일임금법, 장애인법, 재활법, 연령에 의한 차별금지법 등과 함께 평등고용기회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민권법 제7장은 정부 기업 교육부문에서 고용 해고 승진 보상 훈련 등 고용조건과 관련해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 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의 특징은 합법적 고용관행을 비롯해 법률집행 그리고 구제책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차별의 유무를 ‘사용자가 차별할 의도를 가졌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그가 공정한 인사기준과 절차를 따랐느냐’의 행위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다.

▼ 「인재지역할당」 비현실적 ▼

평등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지침, 구제책 그리고 법적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조직내부의 인사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이 법에서는 정부기관이 차별을 당한 개인을 대신하여 소송을 관리함으로써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국민대화합이라는 이념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교훈을 살려 평등고용을 위한 기본 법규 및 절차를 새로이 정비하고 평등한 기회를 다룰 수 있는 범국가적 독립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최고 통수권자의 강한 리더십과 관심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지만 장기적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금식<성균관대교수·경영학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