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화수급 안정이 급선무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7분


외화 수급(需給) 불안이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지 1백일이 지났는데도 원초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아직도 1달러 1천6백원선을 넘나들고 외화보유고도 IMF와 합의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MF위기 극복이 이제 겨우 시작의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용외화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외화보유고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기외채의 상환기간마저 연장이 불가능했다. 그대로 간다면 국가가 외화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극한의 외화수급 불균형이 IMF관리체제를 불러들인 직접 원인이다.

따라서 외화수급의 안정이야말로 IMF체제 극복의 첫 열쇠일 수밖에 없다. 외화수급이 원활해지지 않고는 환율의 안정은 물론 금리의 하향조정도 불가능하며 IMF가 요구하는 초긴축기조를 바꿀 수 없다. 재정과 금융의 긴축운용이 오래 계속될수록 불황은 더욱 깊어지고 산업기반 붕괴와 대량실업이 확산될 것이다. 그 끝에 어렵사리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끝낸들 우리 힘으로 1천5백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모두 갚기란 요원한 일이다. 때문에 이른바 IMF체제 극복의 전략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외채규모 축소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보다 먼저 빚으로나마 외화가 돌게 하는 일이 급하다. 지금 시점에서 외화수급 안정이란 그런 좁은 뜻이다.

다행히 우리는 금융기관이 진 단기외채 2백40억달러의 장기전환 교섭으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총외채의 42%가 아직도 단기채로 남아 있다. 특히 기업들의 외채 9백55억달러 가운데 올해 갚아야 할 것이 6백억달러나 된다. 기업의 달러매집으로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외채의 장기전환 교섭이 외화수급 안정의 다음 단계 전략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적극적인 전략으로 외국자본의 유치를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단기채를 장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우리의 이자부담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 이자를 낮추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새로운 빚을 얻든 투자를 끌어들이든 외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칫 긴장을 풀었다가는 언제 삐끗할지 모른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이나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마저 가릴 계제가 아니다. 기업의 외채를 출자로 전환하는 교섭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국가신인 회복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때 정치가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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