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단기상품 선호 『죽을맛』…신상품개발 출혈경쟁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단기투자, Yes. 장기투자, No.’

최근 6개월 안팎의 단기상품에 고객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금융기관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금리에 민감해진 고객들은 1%포인트라도 더 주는 금융상품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말(금융상품)’을 갈아탄다. 장기상품은 개발하더라도 여차하면 찬밥신세.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이런 고객들을 묶어두기 위해 기존 상품 만기에 맞춰 고금리 단기상품을 내놓는 등 출혈경쟁에 나선다.

문제는 수신구조가 단기화하면서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기피한다는 것. 고객들의 인출요구로 은행금고가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속만 끓이고 있다.

▼단기상품 전성시대〓작년 12월 발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종적립신탁이 대표적인 케이스. 2월말까지 신종신탁에는 총 37조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최근 이 상품의 최저 만기가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증가세가 뚝 떨어졌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5백억원의 시중자금이 예치되고 있다.

투자신탁회사의 신탁형증권저축에도 2월 한달동안 1조1천억원이 몰렸다. 이 상품은 한달만 예치해도 연 14∼18%의 확정이자를 받는다. 종합금융사의 어음관리계좌(CMA)도 인가취소 등 종금사 정리가 대충 끝나면서 수신이 늘기 시작, 6일 현재 8조1천억원(14개 종금사 기준)에 달하고 있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환매채(RP)도 지난달 6천억원가량 뭉칫돈이 유입됐다.

▼왜 단기상품 찾나〓한마디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낳은 부작용의 하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금리하락이 예상되지만 당분간 연 20%안팎의 고금리가 유지되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저축자 입장에서는 만기구조를 되도록 짧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는 것.

고객 움직임에 맞춰 금융기관들은 고금리를 주되 만기는 1년 이상 유지하는 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투자기간이 짧아지면서 금융기관은 특정 금융상품의 만기시점마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게 된다. 예컨대 시중은행들은 6월 신종신탁의 첫 만기를 앞두고 ‘6월 대란(大亂)’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신탁계정에서 총 37조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인출될 경우 최악의 자금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은행들은 신탁계정의 자금난으로 기업어음(CP) 매입 등 대출기능(기업어음 매입)을 상실한 상태.

기업연쇄부도와 고금리 고착화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조흥은행 송승효(宋承孝)상무는 “수신이 단기, 고금리화하면서 기업을 위한 장기대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어 기업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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