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어린이는 빨간불』봤다하면 「우선 멈춤」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어른들은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때마다 ‘차조심 하라’고 타이른다.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아 그만큼 불안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요즘같은 학기 초에는 더더욱 그렇다.

96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14세 이하 어린이는 7.4%(9백32명)였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상자의 9.7%(3만4천6백67명)에 이른다. 반면 주요 교통선진국의 어린이 사상자 비율은 5% 정도다.

한국의 어린이 교통사고는 △초등학교와 집 부근(1㎞ 이내)에서 60% 이상 발생하며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1년생이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 주변과 주택가 도로의 교통환경이 열악하고 운전자의 안전의식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교통 전문가들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안전교육이 ‘현장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교통환경센터 최정한(崔廷漢·43)사무총장은 “그동안 교육부 등 관련당국이 생활과 밀접한 어린이 교통안전 실습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소극적이었다”며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각자 처한 교통환경을 스스로 이해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 등 교통선진국의 경우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 현장위주의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 결과 어린이 교통사고가 7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것도 주요 안전대책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변 3천3백여곳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유아를 승용차에 태울 때는 반드시 보호장구를 사용토록 했으며 △최근에는 스쿨버스 추월금지를 법제화하는 등 각종 어린이 보호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생활속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스쿨버스가 어린이들을 태우거나 내려줄 때는 뒤따르던 차들도 일단 멈춰서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 허억(許億·38)소장은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홍보와 단속을 소홀히 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당국은 각종 안전시설을 어린이 위주로 갖추고 법과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철저한 단속과 처벌을 통해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운전자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솔선수범이다. 자녀를 데리고 무단 횡단을 일삼는 부모가 있는 한 어린이 교통안전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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