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삼/「엄정한 일본師道」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일본 사람들은 송이버섯이라면 ‘사족(四足)’을 못쓴다. 몇달전 일본의 한 지방 고교에서는 고급 먹을거리인 이 송이버섯(마쓰다케) 때문에 한편의 소극(笑劇)이 벌어졌다. ‘송이버섯 광(狂)’인 한 교사가 이 버섯을 채취해 오는 학생들에게 특별활동 점수를 후하게 줬고 경쟁심이 발동한 학생들이 버섯을 찾아 산등성을 헤매다 부모들에게 발각된 것. 이 사실은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해당 교사는 파면당했다. 바로 며칠전 일본 법원에서는 고위 교육관리에게 추상같은 판결을 내렸다. 리크루트사건으로 기소된 전 문부성 사무차관 다카이시 구니오(高石邦男)피고에 대한 2심 판결에서 도쿄(東京)고법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교사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피고가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명부를 리크루트사(취업정보회사)에 넘겨준데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형량추가의 주된 이유였다. 법원은 이른바 ‘부작위(不作爲)의 편의제공’을 인정하면서 “이로 인해 공직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송이버섯을 먹고 싶은 교사의 행동이나 아랫사람들의 일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문부차관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양 사회의 미덕으로만 보면 그리 죄가 될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접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한 교사나 문교행정의 최고 책임자 모두에게 일본법원은 무겁게 책임을 물었다. 교육에의 열의와 극성스러움은 한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교사들이 돈봉투를 받는 일은 없는 일본에서 교육계는 ‘엄정한 사도’와 ‘공직의 표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 엄격한 제재를 받는 측면도 있다. 일본 교육계에 대한 법원의 추상같은 판결은 우리 교육계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윤상삼<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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