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佛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한국은 지금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겪어온 일시적인 경제위기에 처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한국민들은 마치 역사의 종말이라도 온 것처럼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54)은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司空壹)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정원·金正源) 주최로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초청강연회에서 “위기는 진보를 위한 성장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르망은 이의 근거로 한국의 뿌리깊은 노동윤리, 고학력의 근로자, 튼튼한 산업기반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40여년동안 사회 경제적으로 착실한 기반을 다져왔다”면서 “이런 기초는 한순간의 위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위기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제난과 다른 성격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한국을 이들 나라와 묶어 ‘아시아의 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실수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기관의 방만한 부실대출과 토론보다는 권위를 중시하는 의사결정 과정 등을 예로 들었다. 소르망은 “한국이 현재 위기를 초래한 이런 사회관행과 제도를 개선한다면 국가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급변하는 세계시장에서 대량생산경제 시대는 끝났다”면서 “앞으로는 거대기업보다 유연성있는 중소기업에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이행조건에 대해서는 “어차피 구제금융을 받기전에 한국이 치러야 할 일이었다”면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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