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낙연/자민련의 「무서운 정치」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일본의 지성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는 ‘애정’ ‘이익’ ‘공포’라고 했다. 오빠부대의 극성은 애정에서 비롯한다. 인질은 공포 때문에 납치범의 말을 듣는다. 샐러리맨은 이익(봉급 승진), 회사에 대한 애정, 해고나 좌천의 공포 때문에 열심히 일한다. 종교도 애정(사랑 자비)만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잘 섬기면 사업도 잘된다는 것은 이익, 마녀사냥이나 종교재판은 공포다. ▼정치권력도 애정 이익 공포를 구사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이에 대한 설명이다. 전두환(全斗煥)정권은 광주학살 정치활동규제 공무원숙정 등으로 공포를 주었다. 그래도 3저(低)에 힘입은 호황으로 다수 국민은 이익을 누렸다. 노태우(盧泰愚)정권은 ‘물’이라는 별명답게 공포도, 애정도 별로 없었다. 호황의 유산과 정경유착으로 이익을 나누다 경제가 망가지는지도 몰랐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은 한때 90% 이상의 애정 속에서 공포의 사정(司正)과 개혁을 감행했다. 그러나 애정이 지속되리라고 착각하면서 정경유착과 지연 학연의 이익공유로 질주하던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신탁통치를 불렀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40%의 애정으로 출발했다. 그는 이익을주기는 커녕 고통의 감내를 호소한다. 다만 IMF 공포가 그에게 ‘개혁의 우군(友軍)’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김종필(金鍾泌)씨 총리인준에 반대하려 하자 자민련 간부는 “앞으로 무서운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야당시절에는 ‘편안한 정치’를 약속하더니 공동집권에 성공하자마자 ‘무서운 정치’라니, 그 변신이 놀랍다.발언이 문제되자 자민련은 ‘와전’이라고 해명했다. 진정으로 와전이기를 바란다. 지금 국민은 IMF공포만으로도 충분히 무섭다. 이낙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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