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IMF가 고친 「교통난」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45분


대도시 교통난은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요즘 서울의 교통을 보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평소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가는데 한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요즘에는 20분이면 충분하다. 시내 주차장은 비어 있고 아파트단지 주차장엔 움직이지 않는 자가용이 즐비하다. 오죽하면 “교통난과 사교육비 문제를 국제통화기금(IMF)이 해결했다”는 자조적인 유머까지 시중에 나돌까. 그렇다면 IMF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우리는 왜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한국의 많은 교통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움직이는데 현재보다 많은 경제적 부담을 줘야 한다”며 “주행세를 기름값에 포함시켜 기름값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해결책은 자가용 보유자의 이기주의와 자동차 관련업체들의 반발,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할 관료와 정치인들이 각종 이익집단의 반발을 조정하지 못한 채 미뤄져 온 것이다. 솔직히 IMF시대 이전에 정부가 주행세를 도입, 유류값을 대폭 인상했다면 자가용 보유자들이 가만 있었을까.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을 것이다. 또 자동차 관련업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만들어내는 연구소와 매스컴을 동원, 정부정책을 비판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교통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위기가 오기 전 금융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 재벌의 업종전문화 등의 해결책을 알고 있었다. 다만 각종 이익집단의 압력과 소신없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미뤄왔을 뿐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은 개인과 이익집단이 이기주의를 고집하는 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는데 있다. 이병기<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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