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금의 정서와 경제회생

  • 입력 1997년 12월 28일 20시 23분


사막지대에 살면서 대대로 전쟁과 살상을 겪어온 중동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금을 반지나 목걸이 등 장신구 형태로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닌다. 혹시 위기에 빠질 경우 금이 마지막 생존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사정은 다를지 몰라도 지난 수천년동안 금은 인류에게 부(富)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이 다투어 금을 찾으러 나서면서 인류의 역사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따지고 보면 금을 확보하기 위한 항해의 부산물이며 남아프리카나 호주대륙에 개발의 손길이 미친 것도 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 곳곳에서 금광맥이 발견되는 우리 나라도 금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옛 무덤에서 금으로 된 부장품이 다양하게 출토되고 있고 중국 등 이웃 나라와의 외교수단으로 금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서민들에게 금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금이 지니고 있는 사치와 부의 이미지가 아니라 애절한 소망과 사랑이 담겨 있다. 아들이 먼 길을 떠날 때 가난한 어머니가 자식의 손에 쥐어주는 금반지는 정신적으로 또는 물질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뜻한다. 당신도 부모에게 물려받았을 금반지를 넘겨주는 여인네의 마음은 자식에 대한 간절한 소망, 그 자체인 것이다 ▼요즘 집안에 보관돼 있는 반지 등 각종 금붙이를 모아 외채를 갚는데 쓰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금붙이는 별 쓰임새 없이 장롱에 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제각각 사연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장롱을 뒤져 금을 꺼내는 것은 조속한 경제회생을 원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수집된 금을 적절하게 처리, 빚을 갚는데 적극 나서야겠지만 먼저 서민들의 이런 마음부터 헤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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