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중반레이스]나산-기아 연승연패 희비 엇갈려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2분


물고 물리는 승부의 세계. 잘 풀리는 쪽이 있으면 꼬이는 쪽도 있다. 나산플라망스와 기아엔터프라이즈의 처지가 요즘 그렇다. 개막전부터 약체로 지목돼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 있던 나산이 최근 4연승으로 잘 나가는 반면 우승후보 기아는 연일 죽을 쑤고 있다. 먼저 나산. 『이제야 게임이 좀 되는 것 같다』는 황유하감독의 말처럼 요즘 나산의 플레이는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힘든, 잘 물린 톱니바퀴를 연상케 한다. 득점랭킹 7위의 포인트가드 아도니스 조던과 주포 김상식의 외곽포가 제자리를 찾은데다 국내코트에 대한 적응을 마친 백인용병 브라이언 브루소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기 때문. 초반 4연패에 허덕일 때만 해도 나산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높이와 경험에서 현저한 열세에 있는 골밑은 늘 열려 있었고 외곽슛도 림을 맞고 튕겨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나 선수기용폭을 넓혀 장기레이스에 대비한 코칭스태프의 전략은 2라운드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시즌초반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상승세의 비결. 나산이 4연패후 4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면 기아는 정반대. 「부상병동」을 추스른 뒤 4연승을 올려 「역시 기아」라는 찬사를 받은 것도 잠깐, 이내 4연패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문제는 연패의 원인. 허재가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았을 뿐 강동희 김영만 클리프 리드 등 원년우승의 주역들이 건재한데도 특유의 짜임새있는 조직력과 노련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표면적인 이유는 제공권의 약화. 클리프 리드가 분전하고 있지만 저스틴 피닉스의 부진과 백업센터 김유택의 노쇠가 겹쳐 힘이 부친다. 골밑이 부실하다보니 외곽이 조금만 안풀려도 금세 구멍이 드러나게 마련. 신생팀처럼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상위권 도약을 다짐하는 나산과 팀플레이가 살아나기만 기다리는 기아.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위권싸움속에 이들의 엇갈리는 명암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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