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與野 실험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1분


헌정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한 제15대 대통령선거 이후 첫 임시국회가 열렸다. 국정경험이 없는 소수여당과 집권경험을 가진 다수야당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것이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정치실험의 시작이다. 이 실험은 위험성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한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정치발전의 큰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 이 새로운 정치실험은 「연합의 실험」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선거연합에 성공했으나 이제부터는 정치연합에 나서야 한다.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수야당을 상대로 하는 사안별 정책연합이 불가피해졌다. 이것은 성숙한 대화와 타협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회의 자민련의 정치력과 한나라당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민역량을 모아 경제위기를 함께 타개해야 할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됐지만 원내 다수당으로서 국정책임을 분담하게 됐다. 따라서 국정운영경험을 살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책임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정비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최초의 집권세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한나라당만의 패배가 아니라 개발독재시대 이래의 국가경영전략과 사고(思考)가 한계에 부닥쳤음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은 기존의 전략과 사고를 새로운 시대요구에 맞게 재구축해야 한다. 또한 권력의 우산 아래서 안주하던 체질을 바꿔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자신들의 국정능력을 불안하게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국민을 안심시키고 다수야당의 협조를 얻으려면 그만한 진용과 정책과 자세를 내보여야 한다. 아울러 국회 안에 여야간 정책협의기구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보기 바란다. 여소야대를 타파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 모르지만 자제해야 한다. 의원 빼내기나 인위적 정계개편은 반발을 낳아 정치불안을 야기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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