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전의 교훈

  • 입력 1997년 12월 18일 19시 20분


격전은 끝났다. 선택도 끝났다. 22일간의 법정 선거운동기간을 포함해 사실상 1년내내 계속돼온 제15대 대통령선거전은 매우 치열했으나 예전에 비하면 조용하고 깨끗했다. 검찰에 입건된 선거사범만 해도 제14대 대선 때의 1천1백68건에서 이번에는 2백31건으로 줄어든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돈 덜드는 선거」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바꾸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경제위축, 그리고 미디어선거의 확산이 선거비용을 크게 줄였다. 그러나 사채(私債)동원 시도와 일부 금품제공 시비에서 보듯 금권선거의 싹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음 선거의 공명(公明)을 위해서도 「돈 선거」에 대해서는 더욱 각성하고 경계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선거의 본격화로 선거문화가 혁명적으로 변했다. TV토론회는 선거전을 주도하며 군중집회의 효용을 낮춰 선거운동무대를 거리에서 안방으로 옮겨 놓았다. 이로써 유권자들은 후보의 이모저모를 좀더 상세히 알게 됐고 후보들은 상당한 수준의 지적(知的) 능력과 준비를 요구받게 됐다. 그러나 TV토론회는 정책검증의 효율성에서 미흡했다. 횟수도 지나치게 많아 신선감을 떨어뜨렸고 전파낭비의 결과를 가져왔다. 보완과 재조정이 필요하다. 저질폭로와 흑색선전은 공명선거를 위협하는 최대요인이었다. 입건된 선거사범 가운데서도 흑색선전과 불법선전이 90건으로 다른 유형의 선거사범을 압도했다. 각 후보진영은 TV토론회와 대변인 성명 등 갖은 방법을 통해 상대헐뜯기의 부정적 선거운동(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쳐 선거분위기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이점 정치권은 맹성해야 한다. 사법당국은 흑색선전사범을 비롯한 각종 선거사범을 선거 이후에도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어지러울 정도로 무원칙하고 잦았던 정치권의 이합집산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당을 옮기면 「변절자」로 손가락질받던 풍토마저 사라져버렸을 만큼 정치문화가 황폐해졌다. 이런 작태들은 결국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낳아 정치를 멍들게 한다. 정치권의 확실한 재편과 정치윤리의 재확립이 절실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의 망령은 맹위를 떨쳤다. 우리 사회의 치부(恥部)다. 이제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히 반성해야 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지역감정이 엷어지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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