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승호/대가 치른 「한국경제의 선택」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경제는 선택의 학문이란 말이 있다. 최근 외환위기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매일매일 선택을 강요당했다. 첫째, 우리는 부실기업의 부도냐, 국가의 부도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한계기업의 부도를 막기위해 제 코가 석자인 종금사 사장들이 모여 『채권회수를 하지 않겠다』고 「자율결의」를 연출하고, 이튿날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은행장들이 종금사에 콜자금을 대주겠다고 또 자율결의를 했으며 그 다음날은 한은이 은행에 1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강력한 통화긴축」을 요구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연실색했다. 둘째, 환율 방어냐, 지급불능 사태냐의 선택이었다. 큰 폭의 원화절하 기대가 있는데도 정부가 환율을 억지로 붙들어매면 결국엔 환율방어에도 실패할 뿐 아니라 금쪽같은 보유외환을 낭비하게 된다고 경제원론은 가르친다. 한국은 이번에 환율에만 매달리다 지불불능에 몰릴 뻔했다. 셋째, 외국인의 은행인수 허용이냐, 전 은행권의 공멸이냐의 선택이다. 치명적인 신용붕괴를 가져오는 은행파산은 꼭 막아야 하지만 그 방법이 공기업 형태였다. 이 방법은 국제사회에서 개혁의지의 실종으로 해석돼 신인도를 더욱 추락시켰다. 가장 근본적인 선택은 단기고통 회피냐, 신뢰의 회복이냐이다. 종금사를 하나라도 더 구하려는 욕심에 찔끔찔끔 업무를 정지시켰다. 국제투자가들은 「조만간 또다른 업무정지가 뒤따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멀쩡한 금융기관까지 혼란에 몰아넣었다. 이 역시 국가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단기충격만 피해보려는 근시안적 선택을 하는 바람에 온나라가 터무니없이 비싼 대가를 치렀다. 적기(適期)에 최적의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교훈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영국 노르웨이 등도 한때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대응방식은 달랐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다진 것이다. 허승호(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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