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백합회]향긋한 맛 겨울별미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회로 먹는 조갯살. 서해안 토종조개 백합(白蛤)회를 먹어 봤는가. 개펄이 깊은 곳 심포(深浦)에 가면 자연산 백합회를 맛볼수 있다. 맛은 상큼하고 향기롭다. 자연산 백합은 바다에서 나는 최고의 고단백질 식품. 강과 바다가 만나며 개펄이 발달한 곳에서 주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남 하동포구와 김제 심포일대에서만 잡혔으나 요즘엔 하동포구에서도 보기가 힘들다. 백합은 뻘이 좋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한번 점프하면 자기 몸의 백배까지 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이 좋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 심포는 개펄이 썰물땐 10여㎞나 드러난다. 백합은 겨울엔 개펄속 60∼70㎝까지 깊숙이 박혀 있다가 봄엔 개펄속 20∼30㎝쯤으로 올라온다. 그만큼 겨울엔 잡기가 힘들지만 맛은 좋다. 값도 겨울이 비싸다. 1㎏(15여개)에 2만원. 오래전부터 일본인들의 발길도 잦다. 심포엔 백합전문 횟집이 10여곳이나 있다. 이중에서도 김제시가 토속음식점으로 지정한 신선횟집(0658―43―6557)이 유명하다. 17년째 백합요리를 하고 있는 신선횟집의 강덕순씨(39)는 『한국사람들은 큰 백합을 많이 찾고 일본 사람들은 중간크기를 많이 찾는다』며 『큰 것보다는 조금 작은 것이 맛있다』고 말한다. 백합요리는 다양하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은박지로 백합을 싸서 구운 백합구이를 즐겨 찾는다. 젖 안나는 산모나 환자, 과음한 사람들은 백합죽(한그릇 5천원)을 많이 찾는다. 백합안에 찹쌀가루와 계란 등 갖은 양념을 넣어 굽거나 쪄 먹는 경우도 있다. 심포에서만 나는 조개로는 껍데기가 영락없이 대나무 같이 생긴 죽합(竹蛤)도 있다. 죽합은 사리때와 음력 보름때만 잡히므로 때를 맞추어 가야 맛볼수 있다. 이런 자연산 백합도 이제 몇년후면 영원히 자취를 감춘다. 그것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개펄이 곧 사라지기 때문. 「지구의 콩팥」이라는 개펄이 다시 만들어 지려면 보통 수만년이 걸린다. 그때까지 백합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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