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모악산 금산사]번뇌접은 山寺의 겨울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청산은 발밑에 들판을 키우고 들판은 가슴속에서 산을 그리워 한다던가. 평야는 산(山)의 품안에서 자란다. 모악산은 바로 그 호남평야의 어머니 산이다. 평평한 들판에 갑자기 둥글고 밋밋하게 솟은 산. 해발 7백93m. 발아래 모두 금(金)자로 시작되는 고을을 품고 있다. 금평(金坪)금산(金山)금구(金溝)김제(金堤)…. 예로부터 금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모악산 아래에는 사람과 똑같은 모양의 금덩이가 묻혀 있는데 머리와 팔다리부분은 해방이전 일본인들이 다 캐 가고 이제는 몸통부분만 남아 있다고 한다. 금은 물을 낳는다(金生水). 또한 그 물은 생명을 키운다.만경강과 동진강이 바로 그 젖줄이다. 생명을 키워내는 엄뫼, 모악산은 풍수학자들에 따르면 떠나가는 배, 곧 행주형(行舟形)의 연꽃배다. 나아가는 방향 역시 불교의 서방정토를 뜻하듯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배를 둘러싸고 함께 흘러가는 봉우리들도 하나같이 연꽃잎 형상이다. 중생을 반야선(般若船)에 싣고 서방정토로 향해 가는 모습이랄까. 모악산 입구 금평저수지 동쪽에 우뚝 솟은 제비봉(帝妃峯)은 그배의 돛대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모악산은 예로부터 미륵신앙의 성지다. 주위에는 수많은 신흥종교들이 번성하고 있다. 대부분 용화세상을 꿈꾸는 미륵계열이다. 동네 이름도 용(龍)자로 시작되는 곳이 많다. 증산 강일순의 무덤도 제비봉과 마주하고 있다. 연꽃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금산사에는 국보 제62호인 미륵전이 있다. 겉에서 보면 팔작지붕의 3층건물이지만 안에서 보면 통층이다. 이 미륵전의 각 층에는 미륵세상을 뜻하는 각기 다른 명칭의 현판이 걸려 있다. 1층 대자보전(대자보전) 2층 용화지회(용화지회) 3층 미륵전(미륵전)이 바로 그것이다. 미륵전 안에는 미륵3존의 입상이 안치되어 있다. 가운데 제일 큰 미륵불은 높이 39척(11.82m)이나 된다. 사람들은 아예 모악산 골짜기엔 돈벌러 들어갈 생각을 말라고 말한다. 욕심을 가지고 갔다간 누구나 빈손으로 나오게 마련이라는 것. 그저 사람의 한평생 삶같이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증산도 나이 서른하나에 여기에 들어와 삼라만상의 도를 깨우쳤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감수성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시절을 바로 이 모악산을 바라보며 보냈다. 아직도 「눈이 샛별같이 빛나는 말없는 소년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강증산은 후천개벽의 시대가 언제 오느냐고 제자들이 묻자 『제비봉이 없어지는 때』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모악산 제비봉은 실제 골재를 채취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김화성기자〉 ▼ 모악산 가는 길 ▼ 서울에서 모악산을 가려면 전주까지 고속버스나 기차로 간 뒤 전주에서 금산사행 시내버스를 타면 빠르다.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금산사 인터체인지에서 진입하면 된다. 김제를 통해 가는 방법도 있다. 김제에서 금산사행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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