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이회창씨등 보수주의자 사상조명 「보수주의자들」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44분


프랑스대혁명 이후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함께 등장한 보수주의는 다분히 부정적 뉘앙스를 지녀왔다. 혁신주의 및 진보주의에 대립, 이른바 역사발전을 가로막는 이념으로 설정됐던 것. 그러나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공산권의 붕괴는 곧 진보이념의 붕괴로 받아들여지면서 보수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보수주의자들」(삼인)은 이같은 세계사적 변환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수주의자 「과잉현상」에 대한 진단이다. 정치인 소설가 경제인 등 한국 사회에서 보수주의자로 자처하거나 평가받는 인물 10명의 사상이 조망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보수주의는 정치권력이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이념적 근거의 위치까지 부상했다고 한다. 과거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지탄받아왔던 박정희와 이승만은 숭배의 대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급진적 개혁을 주장했던 인사도 집권세력에 합류하면서 보수주의로 변신한다.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수주의 열풍과 다양한 스펙트럼은 정치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김종필은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2인자의 지위를 유지해온 인물. 그는 보수주의를 처세의 도구로 이용해왔다. 분배적 정의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적 성향의 김대중, 소신판사로 명성을 날린 이회창도 모두 근본은 보수주의자로 설명된다. 보수세력은 있어도 보수이념은 없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논의된 적은 없다는 것. 단지 경제적 자유방임주의, 인간 능력의 평등성 부정, 이성에 대한 불신이라는 의미망 속에서 부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그 정체를 규정할 수 없는 한국 보수주의의 현실속에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다원적 가치를 부정하고 일인독재를 옹호하는 영웅주의는 그 한 예.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진정한 보수적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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