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남 고성해안]살아있는 중생대 화석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44분


먼 옛날 경상도는 공룡의 천국이었다. 중생대 쥐라기에 이어 나타난 지질시대인 백악기시대, 지금부터 약 1억년전. 공룡들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 일대에서 알을 까고 새끼를 기르며 떼지어 몰려다녔다. 경상남도 고성군 일대에는 아직도 공룡들의 발자국 화석이 여기저기 선명히 남아 있다. 전세계 공룡학자들이 앞다퉈 이곳 공룡의 흔적을 보러 온다.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가, 동해면 장좌리 봉암리 내산리 일대, 회화면 배둔리 일대에는 무려 3천여개에 달하는 공룡 발자국이 보인다. 덕명리 해안가에 다달아 「공룡횟집」 「공룡시대 커피숍」을 지나 바닷가를 1백m쯤 걸어가니 썰물이 훑고간 바위 위에 움푹움푹 공룡 발자국들이 찍혀 있다. 바로 몇시간전 저만큼 공룡들이 우르르 떼지어 걸어간듯 여기저기 찍힌 공룡들의 발자국이 울퉁불퉁 뚜렷하다. 큰 것은 지름 약 30㎝. 이 정도라면 몸무게 1t에 몸길이가 4m는 족히 될 것이라는게 동행한 고성군청 송정욱 경영개발계장 얘기다. 발자국 모양도 다양하다. 발톱이 날카로운 것은 육식공룡, 솥뚜껑같이 넓적한 것은 초식공룡, 아기공룡을 양쪽에서 호위하며 걸어간 듯한 엄마아빠 공룡.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가 먼 것은 뛰어간 것이고 좁은 것은 어슬렁 어슬렁 걸어간 것이리라. 덕명리에서 30여㎞ 떨어진 동해면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지름이 1백15㎝나 되는 세계 최대급 공룡 발자국을 포함, 크고 작은 것들이 자그마치 1천3백여개나 남아있다. 지난해 이 일대를 집중 탐사한 진주교육대 서승조교수는 『이 곳은 「공룡 난무장」이라 할 만큼 발자국들이 밀집해 있다』며 『여러 곳에서 같은 종류 공룡들이 일정한 간격을 떼지어 걸어다니며 살았던 흔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또 발자국 길이가 7∼8㎜의 새(조)화석들이 발견돼 공룡과 함께 백악기 조류가 많이 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손을 꼽거나 머리로는 도저히 헤아려 볼 수 없는 아득히 먼 옛날, 흥망성쇠의 「압축적 삶」을 살다 간 공룡들의 흔적을 한번 따라 가보면 어떨까. 영원히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가슴에 절실히 다가온다. 〈경남고성〓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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