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시장 마비는 막아야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고려증권의 부도가 금융시장에 큰 파란을 몰아오고 있다. 충격의 핵심은 고려증권의 부도처리가 금융 빅뱅의 신호라는 데 있다. 그 위기감이 전 금융기관의 방어 경영을 가속화, 금융시장 마비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증권회사 부도는 7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약정순위 8위의 고려증권이 부도에 몰린 직접 원인은 과다한 단기차입의존 등 다른 부도기업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고려증권은 계열사인 고려종금의 업무정지로 자금줄이 막힌데다 은행들이 냉담하게 돌아서고 콜자금마저 끊겨 끝내 부도를 냈다. 금융구조개혁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선결요구여서 경황이 없을 만도 하지만 정부 또한 강건너 불보듯 대책이 없었다. 금융기관은 죽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진 셈이다. 부실기업의 도태는 금융기관이라고 예외여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번 고려증권의 부도처리가 금융 지각변동의 서막으로 받아들여지고 각 금융기관의 몸사리기를 앞당길 경우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회생이 불가능할 경우 은행도 2개를 폐쇄한다는 것이 IMF와의 협약임이 밝혀지면서 은행들은 이제 자기 살기에 바빠지고 있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의 추가발생을 꺼려 신규대출을 기피해온 지 오래고 은행간 급전시장인 콜시장마저 얼어붙어있다. 그런 가운데 재계서열 12위의 한라그룹이 또 부도를 냈다. 기업과 금융권이 물고 물리는 악순환이다. IMF의 요구는 우리의 모든 제도와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추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재량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자율과 속수무책은 다르다. 지금 상황이 금융시장마비와 건실기업의 연쇄파산으로 확산되는 일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지금 은행들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투자를 기다릴 겨를이 없다. 대기업의 투자지분 비율을 조정해서라도 은행증자를 앞당기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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