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아이들,엄마랑 아빠랑 「한이불 단잠」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에 다니는 형제를 둔 맞벌이 주부 이경혜씨(34·서울 목동). 이씨 부부는 매일 밤 아이들과 함께 안방에서 잔다. 아이들은 침대와 책상이 놓인 자기 방이 있지만 온 가족이 한데 자는 게 습관이 됐다. 『낮에 떨어져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요. 애들이 어릴 때는 내가 애들과 침대 위에서 자고 남편은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는데 요즘엔 아예 안방 침대도 치워버렸습니다. 밤이 되면 식구 모두 한 이불 위에서 뒹굴어요』 옛날 같으면 집이 좁고 자녀가 많아 안방에 자녀를 재웠다지만 요즘에는 아이들 방을 따로 꾸며 놓고도 일부러 한 방에 「비좁게」 자는 가정이 생기고 있다. 한때 「독립적으로 키워야 좋다」는 미국식 육아법이 유행하면서 젖먹이를 떼어놓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거꾸로 「가족끼리 유대감을 키운다」며 일부 부모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자는 것.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함께 자면서 평소 부족했던 스킨십도 보충하고 아이들의 자는 모습과 잠꼬대 등을 관찰함으로써 낮의 활동을 짐작할 수 있는 실리적 이유도 있다. 맞벌이부부가 아닌데도 아이들을 「끼고 자는」 가정이 있다. 남편은 늦게 들어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기저기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에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부 이수영씨(38·서울 서초동)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님과 안방에서 지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며 『초등학교 1,3학년생인 두 딸도 편안해 하기 때문에 억지로 따로 자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삼남매를 둔 양인숙씨(44·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매주 한두번은 온 식구가 거실에서 잔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이 부모와 거리를 둔다고 하잖아요. 불 꺼놓고 잠들 때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고 애정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 전통이나 학자에 따라 어느 시기에 자녀와 따로 자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다르다. 이화여대 이기숙교수(유아교육)는 『아기 때부터 따로 지내는 것이 좋다는 이론이 있지만 우리의 전통적 육아방식이나 요즘의 세계적 추세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자야 정이 깊어지고 아이들의 정서적 지적 발달에도 좋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사이 적당한 시기에 부부만의 생활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독립적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교수는 강조했다.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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