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전한 과소비 현장들

  • 입력 1997년 11월 28일 20시 20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고실업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운동이 초등학생들 사이에 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전한 과소비 현장들이 잇따라 고발되고 있다. 이래서야 소비절약에 앞장서는 고사리손들 보기 부끄럽고 위기탈출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소비풍조는 물론 일부 지각없는 부유층에 의해 선도되었다. 그러나 어느 틈엔가 국민 모두가 모방불감증에 감염된 모습이다. 우리 나라의 미국산 모피 수입액이 2년째 세계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의 심각한 과소비불감증을 입증하는 한 표본이다. 소비의 절제와 합리화가 급하다. IMF의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경제가 벼랑끝에 몰린 것은 우리 경제가 거품 많은 허약체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전반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선결과제다. 그러나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그때까지 국제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소비절약은 가장 빠르고 가시적인 방법이다. 정부와 기업의 원천적 책임과는 별도로 국민의 소비절약 동참이 요구되는 것은 그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바른 방법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름값이 오른다고 미리 탱크를 채우고 차는 그대로 굴린다면 진정한 의미의 절약이 아니다. 국내 부가가치가 없는 호화 수입품은 바로 외화 덩어리다. 외화지출이 많은 순위로 물자소비를 줄여야 하며 해외여행이나 지나친 유학경비 등 무역외수지 부문에서도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시기가 어려워서만이 아니다. 국가경제 기반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 개인생활에서도 거품을 걷어내고 근검절약을 체질화할 때가 되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