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책실패가 부른 「외환위기」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환율은 국가통화의 국제교환비율이다. 자국화폐를 가지고 외국 상품과 용역을 살 수 있는 대외구매력의 표시다. 물가가 대내(對內)경제운용의 성과를 반영한다면 환율은 국제경쟁력 해외신인도 등 대외(對外)경제활동의 성과지표다. 95년6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온 원화환율은 어제 달러당 기준환율 1천1백원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함으로써 연 4일째 폭등하던 환율이 진정세로 돌아선 결과다 ▼원화환율은 해방직후 달러당 15원(圓·현재의 0.015원)에서 출발해 50년만에 1천1백원대가 되었다. 올들어서만도 원화가치는 25%나 하락했다.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일부 업종의 수출경쟁력 개선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외채부담, 환차손,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투자 비용 증대, 물가상승 등만이 아니다. 국가위상의 추락과 국민자신감의 상실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해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등이 올들어 잇따라 외환위기를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으나 정책당국은 번번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를 「국가부도」의 벼랑끝까지 몰고간 뒤 며칠전 경질된 강경식(姜慶植)경제팀은 심지어 올바른 정책건의를 해온 연구기관에 대해 보고서 회수 지시, 함구령 등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는 외환위기를 자초했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다. 게다가 번번이 실기(失機)하기 일쑤였다. 이번 외환위기는 전적으로 정책의 실패가 부른 것이다. 정책실패는 시장실패보다 더욱 무섭다는 것을 실감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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