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혁의 사이버월드]파크「컴」연구『남좋은 장사만…』

  • 입력 1997년 11월 18일 08시 00분


복사기로 유명한 미국 제록스사. 제록스(Xerox)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복사하다」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인쇄문화를 바꾸어 놓은 회사다. 제록스는 컴퓨터의 역사를 거론할 때도 빼놓을 수 없다. 제록스는 다른 회사보다 먼저 기술개발에 눈을 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70년대초 실리콘밸리가 형성될 즈음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스탠퍼드대 캠퍼스내에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www.parc.xerox.com)가 설립됐다. 사람들은 연구소를 영문 첫 글자만 따서 「파크(PARC)」라 부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파크」란 단어는 「자기 회사에는 아무런 이익을 주지 못하면서 남에게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뜻의 속어로 통용된다. 그 이유는 그동안 팔로알토연구소가 이룩한 눈부신 연구성과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70,80년대에 이 연구소는 현재 정보사회의 기반이 된 놀라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잇따라 개발했다. 윈도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떼돈을 안겨줬지만 실상 그 아이디어는 파크에서 나왔다. 아이콘을 눌러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킨다는 발상이나 객체 지향 프로그램언어도 파크의 작품이다. PC의 필수품인 마우스도 파크에서 개발됐다. 레이저프린터와 인터넷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근거리통신망(LAN)도 따지고 보면 파크에서 처음 고안됐다. 범용 컴퓨터밖에 없던 상황에서 오늘날 PC의 모델이 된 D머신이란 강력한 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한 곳도 파크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파크의 대예언자들이 만든 놀라운 발명품들은 그들이 근무하고 있던 제록스사에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대신 다른 회사들은 그 열매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안진혁〈나우콤 C&C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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