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금동근/「재테크 강좌」메운 주부들

  • 입력 1997년 11월 5일 20시 14분


『서있을 자리도 없으니까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고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십시오』 『미리 접수까지 하고왔는데 그냥 돌아가라고 하면 어떡해요』 5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 4층 대회의실 입구. 21세기컨설팅이 「이 시대 부동산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를 주제로 개최한 재테크 강좌를 찾아온 30대 주부와 회사 직원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시작 시간인 2시가 되기 전부터 2백석 규모의 회의실이 통로까지 수강 희망자들로 꽉 들어차자 주최측에서는 늦게 도착한 사람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날 행사장을 찾아온 사람은 5백여명. 이중 절반 가량이 주부였다. 강의 내내 열심히 메모하는 반백의 주부, 강의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옆사람에게 무언가를 부지런히 물어보는 아주머니,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남자들 틈에서 까치발을 해가면서 강의를 듣는 주부…. 21세기컨설팅 전미정(全美貞·여)부장은 『예약 때 1천명 가량이 몰려 우리도 무척 놀랐다』며 『특히 주부들이 많은 것을 보니까 장바구니를 통해 체감하는 경기불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강의가 시작된지 20여분 뒤 젖먹이를 업은 30대 주부가 좌석에서 일어나 회의실 바깥으로 나왔다. 옆자리에 앉은 한 수강생에게서 『이런 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시끄럽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핀잔을 들은 것. 오후 2시40분경, 뒤늦게 행사장에 나타난 홍모씨(40·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그냥 집에만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찾아 왔습니다. 주가폭락이다 환율급등이다 해서 사회가 좀 불안해야지 말이죠…』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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